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소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 의장 | 김귀배
국경을 넘어 인류의 유산으로
유네스코에서는 유산을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서 현재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고 미래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유네스코 유산 인증 제도의 중요한 목적은 인류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유산을 발굴하고 이를 유네스코에 등재시킴으로써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데 있다. 또한 유네스코 유산제도를 통해 인류의 문화다양성을 지키고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데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기록유산 사업을 둘러싸고 국제적 갈등과 분쟁이 고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이란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중국이 신청한 ‘난징대학살 기록물’이 등재되면서 갈등이 더욱 증폭되었다. 일본은 ‘난징대학살 기록물’의 신청서가 날조되었으며, 기록물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부적절하다고 반발하였다. 일본 내에서는 이번 등재가 유네스코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유네스코 재정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제기되었다. 기록유산제도를 처음 만들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정치적 압력을 받는 기록물의 등재가 국제 분쟁으로 비화해 버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여부를 두고, 해당 기록물에 내재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 ‘국제적인 판결’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는 기록유산의 시비를 가리는 기관이 아니며, 기록유산의 등재가 역사적 사실의 공인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국제자문위원회는 해당 기록유산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인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세계적인 고유한 가치를 지녔을 경우 등재를 권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정치적 상황이나 외교적인 수단으로서 기록유산제도를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기록유산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기록유산으로 인해 분쟁이 빚어지자 유네스코도 대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국제자문위원회 위원들로 구성된 작업반이 구성되어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록유산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모든 국가들이 만족할 만한 바람직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 기록유산 등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세계기록유산 사업, 즉 ‘세계의 기억’의 취지를 함께 ‘기억’해야 할 때이다. 기록유산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함께 나누며, 이와 더불어 지혜를 모아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것이 갈등과 분쟁을 넘어 우리 기록유산을 더욱 빛나게 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문헌]
- 문화재청, 『세계유산 등재신청서 작성 매뉴얼』, 2005.
- 김귀배, 『세계기록유산사업의 제도적 기반과 쟁점분석』, 건국대학교대학원, 2016.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UNESCO Memory of the World Training Workshop for the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Region 회의자료』, 2015.
- 서경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사업의 목적과 의의』, <유네스코 뉴스>, 2014.
- 유네스코, 『MOW 기록유산보호를 위한 일반지침(General Guideline)』, 2002.
- Joie Springer, 『Memory of the World': National Cinematic Heritage (Cll-95IWS/7 Paris)』, UNESCO, 1995.
- 네이버 지식백과 웹사이트 http://terms.naver.com/
- 문화재청 웹사이트 http://www.cha.go.kr/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웹사이트 http://www.unesco.or.kr/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웹사이트 https://en.unesco.org/programme/m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