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록日省錄』

Ilseongnok: Records of Daily Reflections

개요

『일성록日省錄』
Ilseongnok: Records of Daily Reflections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_ 강문식


『일성록(日省錄)』은 1760년(영조 36)부터 1910년(융희 4)까지 조선 후기 151년간의 국정 운영 상황을 정리한 일기 형식의 국가 기록물이다. 『일성록』은 조선의 22대 국왕 정조(正祖)가 세손(世孫) 시절부터 쓰기 시작한 개인 일기에서 시작되었으며, 1776년 정조가 왕위에 오른 후에는 국왕의 동정과 국가 운영의 제반 사항이 매일매일 기록된, 공식적인 국정 일기로 전환되었다. 전체 책 수가 2,329책에 달하는 거질의 자료로, 1973년에 우리나라의 국보 제153호로 지정되었고 201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다.

『일성록』은 편찬 목적이나 서술 체재, 수록 내용 등에 있어 전근대 시대의 다른 역사 기록물들과 구별되는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 전근대 시대의 역사 기록물들이 대부분 과거의 역사를 기록한 것들임에 비해 『일성록』은 당시대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현대사(現代史)’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일성록』은 ‘정치 운영의 참고 자료’라는 정치적 목적성이 강한 기록물이다. 전근대 시대 전제군주 국가에서 국왕이 자신의 정치 운영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향후의 국정 운영에 참고할 자료로 삼기 위해 작성한 일기라는 점에서 『일성록』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성격의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에 참고할 자료들을 쉽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정연한 서술 체재와 범례(凡例)를 마련했다는 점도 『일성록』이 갖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이다.

『일성록』은 조선시대의 다른 국정 기록물에는 많이 수록되어 있지 않은 내용들, 즉 국가 행사의 의식 절차, 지방관의 보고서, 의금부와 형조에서 처리한 형옥(刑獄) 사건 기록, 일반 민들의 민원(民願) 내용과 그 처리 결과, 암행어사의 보고서, 외교 문서, 외국에 파견된 사신(使臣)들의 견문(見聞) 보고서 등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하게 실려 있어, 내용적인 면에서도 독창성을 갖는다. 특히 『일성록』에 실린 외교 문서와 사신들의 견문 보고서에는 18~20세기에 동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난 동·서양의 문화 교류 및 국가 간의 정치적·군사적 충돌과 갈등의 양상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점에서 『일성록』은 조선이라는 한 나라의 역사 기록물을 넘어서는 세계사적 중요성과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