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의궤儀軌』

Uigwe : The Royal Protocols of the Joseon Dynasty

개요

조선왕조 『의궤儀軌』
Uigwe:The Royal Protocols of the Joseon Dynasty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_ 박용만


의궤(儀軌)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거행된 여러 가지 의례의 전모를 소상하게 기록한 책이다. ‘의례(儀禮)의 궤범(軌範)’이란 의미로, 반복되는 비슷한 의례의 궤범으로 제작되었다. 국가와 왕실의 의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큰 골격이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원론적인 『국조오례의』로는 의례를 구체적으로 설행하기에 한계가 따른다. 이에 이미 설행되었던 의궤를 통해 시행절차는 물론 행사의 비용과 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하여 왕실의 혼사, 장례, 부묘(祔廟), 잔치, 건축, 편찬 등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여 유사한 행사가 있을 시에 참고하도록 하였다.

의궤는 조선의 대표적인 기록문화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불교에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으며 고려시기부터 이름이 나오고 있다. 조선 건국 후에도 바로 의궤가 제작된 것으로 보여서, 태조 이성계의 상장례를 담은 태조강헌대왕상장의궤나 경복궁을 건설한 내용을 기록한 경복궁조성도감의궤 등의 명칭이 확인된다. 또한 태종의 상장례를 기록한 의궤의 경우에는 3건을 만들어서 사고 등에 봉안하라고 했던 내용도 보여서 조선 초부터 의궤를 제작하고 이를 사고 등에 보관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선 전기의 의궤들은 제작 부수도 많지 않았고, 대부분 서울의 관련 기관에만 보관되었다. 아쉽게도 이들 의궤들은 임진왜란을 거치며 모두 소실되어, 현재에는 17세기 이후에 제작된 의궤들만 남아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궤는 1601년(선조 34)에 의인왕후 박씨의 빈전과 산릉 관련 의궤들로서 규장각에서 소장 중이다.

의궤는 대개 1∼4책의 필사본으로 제작되었지만, 8책 또는 9책에 이르는 분량을 활자로 인쇄되어 널리 보급한 것도 있다. 각 책의 제목은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와 같이 해당 의례를 주관한 임시 관서인 ‘도감(都監)’의 명칭에 '의궤(儀軌)'를 붙여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선이 건국된 초기부터 의궤가 제작되었으나 임진왜란으로 모두 소실되었으며, 조선 중기 이후 본격적으로 제작되었다. 현재 전하는 의궤로는 1601년(선조 34)에 만들어진 의인왕후(懿仁王后)의 국장에 대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며, 19세기까지 시기가 내려올수록 종류도 많아지고 질적인 수준도 높아졌다.

조선왕조의궤는 조선후기 국가왕실 의례의 실상을 보여주며 독특하면서도 아름답다. 이러한 기록과 형태적 특징은 같은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도 없는 기록물로서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더해준다. 또 고려시대 의궤나 조선전기 의궤가 없어 시대를 넘어 소중하게 지켜야할 기록문화의 꽃이다.